[차 한잔 나누며] “검경 수사권, 국민 인권보장 여부로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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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새한양 댓글 0건 조회 2,657회 작성일 18-08-07 15:11본문
“검경 수사권 조정은 인위적 배분보다는 근본적으로 어느 제도가 국민의 인권 보장에 더 유리한가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김진환(70·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의 고언이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대해 “검찰 출신으로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나름의 원칙을 밝혔다.
최근 임기만료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에서 퇴직한 김진환 변호사가 지난 2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법조계 현안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김 변호사에 따르면 검경의 관계는 대륙법계와 영미법계 국가가 서로 다른 제도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둘 중 어느 제도가 더 낫다고 결론을 내긴 힘들다는 게 그의 기본 입장이다. “일의 성패는 제도보다는 운영하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혁적으로 우리나라 제도가 뿌리를 두고 있는 독일·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들에서 제도의 잘못을 탓하는 사례는 별로 보지 못했어요.”
마침 그는 독일 막스플랑크 형사법연구소에서 검경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경험이 있다. “독일에서는 실제 일반 수사는 경찰이 주로 수행하지만 법치주의를 신봉하는 독일 국민은 경찰을 ‘사실적 초(超)권력’으로 여겨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죠. 가장 중요한 잣대는 결국 ‘견제와 균형의 원리’입니다.”
그는 검찰 재직 시절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서울지검장 등을 두루 거쳤고 퇴임 후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와 대한공증인협회장, 국제공증인협회(UINL) 아시아회장 등을 지냈다. 한국판례연구회, 비교형사법학회, 형사소송법학회, 디지털포렌식학회 등 4개 학회 회장과 서울대 법대 총동문회장 등도 맡았다. 우리나라 최장수 시(詩) 전문계간지 ‘시와시학’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도 있다.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그가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김 변호사는 “사법부는 모든 분쟁 해결의 최후 보루”라며 “사법부가 내홍을 겪는 모습을 보는 법조인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몹시 안타까운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 의사를 표명한 만큼 검찰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의혹에 관한 여러 고발사건을 신속하게 잡음 없이 조사해 진상을 국민 앞에 내보여야 한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가 훼손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원로 법조인으로서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물었다. “법학은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말씀입니다만 ‘진리는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이루는 날이 온다’고 믿습니다. 저의 선배들 역시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따르라고 충고하셨죠.” 김 변호사는 “법관은 법관답게 법과 양심에 따라 오로지 공정한 재판에 전념하고, 검사는 검사답게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공명정대하게 실체를 밝히는 일에 진력하는 것이 그들에게 권한을 부여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얼마 전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고향(충남 부여) 분으로 저보다 먼저 부여군민회장을 맡으신 분이에요. 깊은 애향심으로 고향 선산에 묻히길 희망하셨죠. 선이 굵은 정치 풍운아라고 하지만 오히려 역사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 예술적 감각이 더욱 돋보이는 르네상스형의 거인이셨죠.”
그는 이달 중순 공증인가 법무법인 ‘새한양’에 합류해 공증업무 등을 중심으로 새롭게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또 다른 출발인 셈이다. “지금부터 하는 일은 인생의 덤이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법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로 보람을 찾고, 그동안 미뤄뒀던 책도 읽으면서 시나 글도 쓰는, 보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지내고 싶네요.”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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